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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결혼하기 전까지 재테크란 그냥 "많이 모으면 이기는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년 11월에 결혼하고 나서 와이프와 함께 돈을 관리해 보니, 저축률 숫자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혼부부의 재테크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아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의 현재 삶과 미래 준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저축률 70%의 이면, 칭찬받아야 할 숫자인가
결혼 직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고, 남는 돈은 전부 저축과 투자로 돌리면 된다고. 실제로 맞벌이 신혼부부가 월 소득 543만 원 중에서 저축과 투자에 383만 원을 넣는다면, 저축률이 무려 70%에 달합니다. 숫자만 보면 완벽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이 숫자 뒤에는 반드시 빠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활비 90만 원 안에 비정기 지출이 빠져 있었습니다. 비정기 지출이란 명절 선물비, 경조사비, 의료비, 가전 수리비처럼 매달 정해진 금액이 아니지만 꼭 나가게 되는 지출을 말합니다. 이 항목들을 처음부터 예산에 넣지 않으면, 어느 달엔가 갑작스럽게 목돈이 빠져나가고 그때서야 당황하게 됩니다.
저도 결혼 초에 이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와이프가 "이번 달 갑자기 이런 거 사야 하는데"라고 했을 때, 제 머릿속에선 이미 그 돈이 투자 계좌 어딘가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극단적인 저축, 전문용어로는 래디컬 세이빙(Radical Saving)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생활의 여유를 극도로 줄이면서까지 저축 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긴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지칩니다.
- 비정기 지출(경조사비, 의료비, 여행비 등)은 고정비 계산에서 빠지기 쉽다
- 저축률이 높을수록 지속성이 떨어질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 래디컬 세이빙은 경험 삼아 한 번 해볼 수 있지만, 장기 전략이 되긴 어렵다
균형투자 없이 나스닥만 담은 포트폴리오의 위험
사연 속 분이 투자하는 방식을 보면서 제 경험이 겹쳤습니다. 저도 결혼 초에 "어차피 길게 볼 거니까 나스닥 ETF에 다 넣자"는 생각을 했거든요. ISA 계좌에서 코덱스 미국 나스닥 100을 매수하고, IRP와 퇴직연금 DC형에는 S&P 500 인덱스 펀드를 넣는 구성이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용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ISA 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란 이자, 배당, 매매 차익에 대해 일정 한도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절세 전용 계좌입니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퇴직금을 굴리거나 개인이 추가로 납입해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계좌를 말합니다. 또한 TDF(Target Date Fund)란 은퇴 목표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펀드입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 자산 비중이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계좌에 성장주 위주의 자산만 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장주란 현재 이익보다 미래의 큰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주식군으로, 나스닥 100 구성 종목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가치주는 현재 이익과 배당에 근거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종목들입니다. 성장주는 상승장에서 강하지만, 조정 장세가 오면 낙폭도 크습니다. 시드머니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초반에 강한 조정을 맞으면, 마음이 흔들려서 오히려 최악의 타이밍에 매도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손이 달달 떨리는 일입니다.
코스트 에버리지 이펙트(Cost Average Effect)도 이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이는 일정 금액을 꾸준히 분할 매수함으로써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래서 목돈 500만 원을 예금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조금씩 나눠서 매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분산시키는 데 유리합니다. 출처: 금융감독원에서도 분산 투자와 장기 투자를 함께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균형, 아이 계획 있는 부부라면 더 중요하다
제가 생각이 달라진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를 계획하면서였습니다. 와이프와 육아 준비를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보다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 훨씬 빠르게 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출산 비용, 산후조리원, 유아용품, 거기에 외벌이 기간까지 생기면 현금 유동성이 갑자기 중요해집니다.
사연 속 분도 아이 출산 후 외벌이 기간이 생긴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 상황에서 모든 자금을 주식 ETF에 묶어 두면, 필요한 시점에 마이너스 상태로 억지 환매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3년 안에 1억 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 자체는 현재 저축 속도라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치입니다. 실제로 월 383만 원씩 36개월이면 원금만 약 1억 3,788만 원이 됩니다. 그런데 그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포트폴리오를 위험 자산 위주로만 채우면, 오히려 시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잃을 수 있습니다.
재테크의 핵심 공식을 다시 보면 수익 = 원금 × 시간 × 수익률입니다. 출처: 은행연합회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장기 복리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익률이 아닌 시간입니다. 급하게 달리다 지쳐서 중간에 멈추면,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시간을 잃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수학적인 계산이기 전에 감정 관리의 문제였습니다. 너무 타이트하게 조이면 어느 순간 부부 사이에서 돈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그게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비중을 6:4 정도로 유지하는 것을 기본 틀로 삼았습니다. 물론 이 비중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 계획이 있고 가까운 시점에 큰 지출이 예상된다면, 전부 주식에 넣는 것보다 일정 비율은 유동성 높은 안전 자산으로 남겨 두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청년내일저축계좌처럼 정부 지원 상품을 꼼꼼히 챙기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 전략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혼부부 저축률은 얼마가 적당한가요?
A.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50~60% 선에서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었습니다. 70% 이상의 래디컬 세이빙도 경험해 볼 만하지만, 비정기 지출과 아이 계획 같은 변수가 생기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수치보다 두 사람이 함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찾는 것입니다.
Q. ISA 계좌에서 나스닥 ETF 하나만 사도 되나요?
A. 세제 혜택 측면에서 ISA 계좌는 매우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저는 한 종목 집중보다는 ISA 안에서도 성장주 ETF와 배당형 ETF를 나눠 담는 게 낫다고 느꼈습니다. 나스닥 100 단일 집중은 상승장에서 강하지만, 조정이 왔을 때 시드가 작으면 심리적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Q. 목돈 모아서 한꺼번에 투자하는 게 나은가요, 지금 바로 조금씩 투자하는 게 나은가요?
A. ETF처럼 장기 분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목돈을 만들어서 일괄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조금씩 나눠 매수하는 것이 코스트 에버리지 이펙트를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저도 처음엔 500만 원을 모아서 넣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시장이 올라버리면 오히려 손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Q. 아이 계획이 있으면 투자를 줄여야 하나요?
A. 꼭 줄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산과 육아 초기에는 예상 못 한 목돈이 연달아 나갑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전 자금이 주식 계좌에 묶여 있으면 마이너스 상태에서 억지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균형을 미리 잡아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결론
결혼하고 나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재테크는 마라톤이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저축률 70%, 나스닥 집중 투자, 3년 안에 1억이라는 목표 모두 나쁜 방향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목표를 향해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면, 함께 뛰어야 할 와이프와 호흡이 엇갈리고, 중간에 예상치 못한 지출 앞에서 전략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정리한 방향은 이렇습니다.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균형을 먼저 잡고, 비정기 지출을 포함한 현실적인 생활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꾸준히 분할 매수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속도보다 지속성이 결국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복리 변수를 살려줍니다. 신혼 재테크를 막 시작하셨다면, 수익률보다 먼저 두 사람이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균형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